"오전엔 잘 되는데 오후만 되면 머리가 안 돌아간다." 많은 직장인이 공감하는 문제입니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 중 하나가 '울트라디안 리듬'이고, 이를 바탕으로 하루를 90분짜리 집중 블록으로 다시 짜 볼 수 있습니다. 극적인 변화를 약속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하루의 리듬을 보는 관점을 바꾸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2주 정도 시도해 볼 때의 설계법과 흔히 부딪히는 점을 정리해 봅니다.

왜 하필 90분일까
수면 연구자 클라이트먼이 제안한 '기본 휴식-활동 주기(BRAC)'는, 우리 몸이 깨어 있는 동안에도 약 90~120분 주기로 각성이 올랐다 내렸다 한다는 개념입니다. 관련 실험(Percept Mot Skills에 실린 울트라디안 리듬 연구)에서도 과제 수행과 주관적 컨디션이 하루 약 12주기, 즉 대략 두 시간에 한 번꼴로 오르내리는 패턴이 관찰됐습니다.
핵심은 집중력이 무한정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대략 한 시간 남짓 각성이 높게 유지되다가, 이후 20분쯤은 자연스럽게 처지는 구간이 옵니다. 그렇다면 이 리듬을 거슬러 억지로 세 시간씩 붙잡고 있기보다, 리듬에 맞춰 일과 휴식을 배치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것이 90분 블록 설계의 출발점입니다.
하루를 90분 블록으로 재설계하기
먼저 하루를 90분 집중 블록과 그 뒤 20분 회복 구간으로 나눠 봅니다. 오전에 두 블록, 오후에 한두 블록 정도가 현실적입니다. 그리고 각 블록에 넣을 일의 성격을 미리 정해 둡니다.
가장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일(설계, 문서 작성, 코드 리뷰 등)은 각성이 높은 오전 첫 블록에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반대로 오후의 처지는 구간에는 회의, 이메일 정리, 자잘한 잡무처럼 큰 몰입이 필요 없는 일을 몰아넣습니다. '언제 무엇을 하느냐'를 컨디션에 맞추는 셈입니다.
시도할 때 흔히 부딪히는 문제들
계획대로 굴러가지 않는 날이 많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알아 두는 편이 좋습니다. 첫째, 회사에서 90분을 통째로 비우는 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예정에 없던 회의나 급한 메신저가 블록 한가운데를 가르기 쉽습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글로리아 마크 연구에 따르면 방해받은 뒤 원래 작업으로 온전히 돌아오기까지 평균 약 25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90분 블록이 중간에 한 번 깨지면 블록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둘째, 리듬을 지나치게 규칙으로 신봉하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컨디션이 좋아 흐름을 타고 있는데도 '90분 됐으니 쉬어야지' 하고 끊으면 오히려 아깝습니다. 리듬은 참고선이지 알람이 아닙니다.
나에게 맞게 조정하는 규칙
며칠 해 보며 다음처럼 규칙을 느슨하게 조정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오전 첫 블록만은 '방해 금지 시간'으로 지킵니다. 알림을 끄고 메신저를 닫고, 가장 중요한 일 하나만 합니다. 나머지 블록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둡니다.
둘째, 처지는 구간을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습니다. 집중이 안 되는 시간엔 산책이나 정리처럼 가벼운 일로 넘기고, 다음 상승 구간을 기다립니다. 이걸 '게으름'이 아니라 '리듬'으로 받아들이면 죄책감도 줄어듭니다.
셋째, 회의는 되도록 블록과 블록 사이, 즉 처지는 구간에 몰아 잡습니다. 몰입 시간을 회의가 쪼개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이 방식의 핵심입니다. 2주 뒤에는 방해 없이 지켜 낸 블록이 몇 개였는지, 그 블록에서 중요한 일을 끝냈는지를 기준으로 효과를 판단해 보세요.
자주 묻는 질문
모든 사람의 리듬이 딱 90분인가요?
아닙니다. 90분은 평균적인 참고값일 뿐, 사람과 그날의 컨디션·수면 상태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 어떤 날은 60분 만에 처지고 어떤 날은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숫자를 맞추려 하기보다, '지금 내 각성이 올라가는 중인지 내려가는 중인지'를 관찰하는 감각을 기르는 편이 더 쓸모 있습니다.
회사에서 90분 블록을 못 지키면 소용없나요?
통째로는 어려워도, 하루에 딱 한 블록만이라도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는 게 핵심입니다. 90분이 힘든 날엔 45분이라도 알림을 끄고 확보해 보세요. 그 시간에 그날 가장 중요한 일 하나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됩니다.
참고 자료
- Ultradian rhythms in task performance, self-evaluation, and EEG activity (Hayashi et al., Percept Mot Skills / PubMed) — 과제 수행과 주관적 컨디션이 하루 약 12주기(기본 휴식-활동 주기)로 오르내린다는 것을 관찰한 연구로, 각성이 종일 일정하지 않다는 근거입니다.
- Can't pay attention? You're not alone (University of California, Gloria Mark 연구) — 한 번 방해받은 뒤 원래 작업으로 온전히 돌아오기까지 평균 약 25분이 걸린다는 연구로, 집중 블록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뒷받침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뇌과학 정보와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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