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71

책상 위 화분 하나가 집중에 도움이 될까: 주의 회복 이론과 식물 연구의 한계 "책상에 화분 하나 두면 집중이 잘 된대." 사무실 인테리어 기사나 SNS에서 자주 보는 말입니다. 저도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작은 화분을 사 볼까 고민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 뒤에 있는 연구들을 따라가 보면, 기대할 수 있는 것과 기대하면 안 되는 것이 꽤 분명하게 갈립니다. 화분이 무엇을 해 줄 수 있고 무엇은 못 하는지 연구 순서대로 정리해 봅니다.출발점: 주의 회복 이론이야기는 환경심리학자 캐플런(Kaplan)이 1989년과 1995년 연구로 정리한 **주의 회복 이론(Attention Restoration Theory, ART)**에서 시작합니다. 유럽환경·인간건강센터(ECEHH)의 정리를 빌리면 핵심은 이렇습니다.우리가 일부러 집중할 때 쓰는 '지향적 주의'는 용량이 한정돼 있고, 오.. 2026. 10. 19.
게임은 집중력을 망칠까, 키울까: 액션 게임 연구와 게임이용장애 사이 "게임 좀 그만해라"와 "게임이 오히려 두뇌 회전에 좋다더라"는 말을 둘 다 들어 본 분이 많을 겁니다. 둘 중 하나만 맞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연구를 들여다보면 게임이 특정 주의 능력과 관련된다는 자료도 있고, 그 효과가 과장됐다는 반론도 있으며, 반대편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으로 분류한 '게임이용장애'가 있습니다. 세 갈래를 차례로 놓고 보겠습니다.키운다는 쪽: 액션 게임과 주의력이 분야에서 자주 인용되는 이름은 제네바대의 다프네 바블리에(Daphné Bavelier)와 숀 그린(C. Shawn Green)입니다. 이들이 주로 본 것은 게임 전체가 아니라 '액션 비디오 게임'이라는 특정 장르입니다.2018년 Psychological Bulletin에 실린 베디우(Bediou)·그린·바블리에 .. 2026. 10. 19.
오후 커피 한 잔이 밤잠을 방해하는 원리: 반감기, 아데노신, 그리고 '6시간' 연구 오후 3시, 졸음을 깨려고 커피를 한 잔 더 마십니다. 밤 11시에 누우면 잠은 오는 것 같은데, 다음 날 아침 개운하지가 않습니다. 저도 이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커피를 마셔도 잘 자는데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이 주제를 까다롭게 만듭니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잠이 줄어든 걸 잘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오후 커피가 밤잠에 닿는 경로를 차례대로 따라가 봅니다.1단계: 깨어 있는 동안 쌓이는 '수면 압력'우리 뇌에는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쌓입니다. 미국 수면재단(Sleep Foundation)은 아데노신을 '잠을 부르는 화학물질'로 설명합니다. 아침에 일어난 뒤부터 조금씩 쌓여 밤이 되면 졸음을 만들어 내는, 일종의 모래시계입니다.카페인은 이 .. 2026. 10. 18.
둠스크롤링, 나쁜 뉴스를 놓지 못하는 이유: 부정성 편향과 끝없는 피드 잠들기 전에 사고 소식 하나를 봤을 뿐인데, 정신을 차려 보면 관련 기사와 댓글을 수십 개째 넘기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분은 점점 가라앉는데 손은 멈추지 않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이것을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이라고 부릅니다. 나쁜 소식을 계속 내려 읽는 행동입니다. 의지가 약해서라고만 보기에는 뇌의 기본 성향과 화면 설계가 너무 잘 맞물려 있습니다. 그 맞물림을 세 단계로 나눠 보겠습니다.1단계: 뇌는 나쁜 소식에 더 크게 반응한다사람이 긍정 정보보다 부정 정보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을 '부정성 편향'이라고 합니다. 2019년 PNAS에 실린 소로카(Soroka)·푸르니에(Fournier)·니르(Nir)의 연구는 이것을 뉴스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6개 대륙 17개국에서 1,156.. 2026. 10. 18.
마감 직전에만 집중되는 사람을 위한 '가짜 마감' 만들기: 연구가 실제로 말하는 것 마감 3일 전까지는 손이 안 가다가, 마감 전날 밤에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는 경험. 저도 이런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럼 마감을 앞당겨 스스로 속이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이른바 '가짜 마감'입니다. 이 방법은 자기계발서마다 등장하는데, 정작 그 근거로 가장 많이 인용되던 연구에 2026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부터 정리하고, 그래도 쓸 만한 방법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일은 주어진 시간만큼 늘어난다'"일은 완료에 주어진 시간을 채울 때까지 늘어난다(Work expands so as to fill the time available for its completion)." 영국의 역사학자 노스코트 파킨슨이 1955년 11월 The Economist에 쓴 에세이에서 나.. 2026. 10. 17.
스크린타임 리포트, 총시간보다 먼저 봐야 할 숫자: 화면 깨우기와 알림 읽는 법 주간 스크린타임 알림이 뜨면 대부분 맨 위의 숫자 하나만 봅니다. "하루 평균 ○시간 ○분, 지난주보다 ○% 증가." 그리고 살짝 반성한 뒤 닫습니다. 저도 이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집중력 관점에서 보면 총시간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 주지 않습니다. 영화 한 편을 두 시간 본 날과, 2분씩 예순 번 폰을 들었다 놓은 날은 총시간이 같아도 하루의 모양이 전혀 다릅니다. 리포트 아래쪽에 있는 숫자들을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 정리해 봤습니다.총시간이 놓치는 것총시간은 '얼마나 오래'를 보여 줄 뿐, '얼마나 자주 끊겼는지'는 보여 주지 않습니다. 집중을 깨는 쪽은 대개 후자입니다. 몰입이 한 번 끊기면 다시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끊김이 잦을수록 그 비용이 쌓입니다.알림의 영향은 실험으로도 확인됐습.. 2026. 10. 17.